국토교통부가 12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 수요조사 후 결과에 관계없이 곧바로 입지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기로 하기로 했다. 또 기획재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지역공약 이행계획'에 신공항 건설을 포함시키고 내년 타당성조사 비용도 예산에 반영해 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부산시 등은 정부의 지역공약 이행계획에 국토부가 12일 밝힌 내용을 포함시켜 신공항 건설사업을 담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공약 이행계획에도... 신공항 건설 포함 주문
수요조사 직후 입지조사 부산 민관정 대책회의
수용후 로드맵 지켜보기로

기재부는 13일 '시·도 지방재정협의회'를 개최해 부산시 등 지자체로부터 내년 본예산 편성에 앞서 기존·신규·공약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지자체와 협의해 지역공약 추진 일정과 세부 재원대책을 마련해 이른 시일 내 발표키로 했다. 이날 부산시는 국토부가 제시한 '수요조사 후 결과에 관계없이 입지 타당성 조사에 즉시 들어간다'는 내용을 신공항 추진 일정을 반영해 지역공약에 포함시켜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또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13일 대정부질의를 앞두고 미리 배포한 질의서에서 "지금까지 정부 태도를 봤을 때 내년에 예산을 확보해서 타당성조사를 하겠다는 말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면서 "정부 의지를 믿을 수 있도록 신공항 건설을 공약가계부나 지역공약 이행계획에 포함시키고 올해 안으로 타당성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날 오전 부산시 등 부산지역 민·관·정은 서면 롯데호텔에서 조찬모임을 갖고 국토부의 수요조사와 타당성조사 사실상 병행추진 계획에 대해 수용을 검토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는 허남식 부산시장, 김석조 부산시의회 의장,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김희로, 조정희, 서세욱 씨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모였다.

이들은 "부산의 양보안을 국토부가 현실적으로 수용했다"고 밝히고 "긍정적인 입장에서 부산시가 충분한 검토를 갖고 수용여부를 결정하라"고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부산시 김영식 교통국장은 "부산지역 대표들의 의견을 충분히 모으고 현실적인 입장에서 판단을 내려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며 "합의문에 포함될 내용을 국토부와 함께 검토해 부산시장과 국토부장관이 만나 합의문에 사인하게 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토부 방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합의문 내용에 대해 부산시와 국토부의 의견 차이에 따른 갈등 소지가 남아 있고 국토부가 아닌 정권 차원에서 신공항 건설을 담보할 수 있는 로드맵 제시와 공약가계부 포함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앞서 12일 열린 서승환 국토부장관과 새누리당 부산 의원 및 부산 시민사회단체 간 면담에서 국토부는 이른 시일 내 신공항 수요조사에 착수, 그 결과에 관계없이 입지 타당성조사를 반드시 실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타당성조사를 위한 비용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 수요조사 기간 중에 입지와 평가기준, 용역기관 선정 등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짓고 수요조사 후 공백기 없이 곧바로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만약 영남권 5개 단체장이 이 같은 내용에 모두 동의해 서명하면 국토부는 과업지시서를 작성한 뒤 이달 말께 영남 5개 공항 수요조사 국제입찰 공고를 내고 약 20일간 공고기간을 거친 뒤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패스트 트랙'으로 일정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어서 업체가 선정된 뒤 실제 용역수행에 들어가는 시기는 8월께로 예상된다. 수요조사에서는 김해공항의 일반적인 승객수요 외 전환·환승수요 등이 포함되고, 지자체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며, 국내외 전문기관이 함께 참가하는 방식이 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당초 수요조사를 먼저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 입지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데다 그 과정에서 영남권 5개 지자체의 '사전 합의'와 '승복'을 전제조건으로 삼으면서 부산시와 부산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불렀다.

김덕준·김수진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