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금융지주 이장호 회장이 10일 오전 공식 사퇴 의사를 밝힘으로써 지난 5일부터 불거졌던 금융당국의 이 회장 퇴진 강압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 회장이 강압에 '굴복'해 퇴진하게 돼 '관치금융'에 대한 금융권의 논란과 부산지역의 반발은 더욱 거세게 일어나면서 제2 라운드를 맞을 전망이다. 이 회장에 대한 퇴진 강압사건이 현재 시점에서 무엇을 남겼을까.
시중은행 넘어 지방은행까지 전형적 '관치 폐단' 보여줘
한국금융산업 후퇴시켜 '금융 허브' 추진 부산
대들보 흔들기로 큰 타격 지역사회 거센 반발
노조 '비상 투쟁체제' 전환
■최악의 관치금융 선례 남겨=금융감독원의 이 회장에 대한 퇴진 강압사건은 관치금융의 전형을 보여줬다.
산업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정부의 지분이 있는 은행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BS금융지주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순수 민간 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민간 금융사의 수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은 결국 민간 금융사의 자율성을 무너뜨리고, 금융당국의 입맛대로 금융권의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는 사상 최악의 선례를 남기게 됐다. 전형적인 관치금융의 폐단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대한 개입을 넘어서 지방은행까지 조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 지역사회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BS금융지주는 순이익 규모에서 부산지역 최대 기업이고, 부산의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대들보 노릇을 해 온 금융기관이다. 따라서 부산의 금융중심지화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BS금융의 수장에 부산과 연관도 없는 낙하산 인사가 임명된다면 부산의 금융중심지화에 대한 애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이날 공식 사퇴 성명서에서 "조직 안정을 위해 사퇴하겠다. 후임은 지역사회 및 지역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한 내부승계가 필요하다"고 밝힌 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정권 눈치 보기가 도를 넘어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금융당국의 조직 및 시스템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원장이나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수뇌부 선임에는 능력보다 정치권에 '선'을 닿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보니 정치권에 줄 대기, 눈치 보기 풍토가 팽배해져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BS금융지주 회장 퇴진 강압과 정권의 개입은 개발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관치금융의 부활은 한국 금융의 위기이자 금융산업을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지역사회 반발 심상치 않다=이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퇴진 강압은 금융권은 물론 지역사회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이 회장이 전격 사퇴함으로써 금융당국과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은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162개 시민단체는 10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지방은행 탄압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금감원의 강압적인 사퇴요구는 지방은행을 탄압하고, 부산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또 "금융당국의 명분 없는 중도 사퇴 강요는 지방은행을 손아귀에 두려는 명백한 초법적 월권행위"라면서 "BS금융지주 회장의 사퇴 강요를 즉각 철회하지 않거나, 낙하산 인사를 앉힐 경우 부산시민의 분노는 폭발할 것이며, 내년 지방선거까지 연계시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은행 노조도 이 회장의 사퇴로 인해 '비상 투쟁체제'로 전환할 것을 선언했다. 부산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금융당국의 악의적인 직권남용을 즉각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 회장의 중도 사퇴는 일시적인 지도력 공백은 물론 낙하산 인사라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면서 "이에 부산은행 노조는 현 상황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인식해 비상투쟁체제로 전환할 것이며, 시대착오적인 관치의 야욕을 분쇄하고 낙하산 인사를 저지하기 위해 BS금융지주 전 계열사 임직원의 역량을 집중해 총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세헌·이정희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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